1971년 도입 이후 내국세 20.79% 자동 연동이 폐지된다. 정부는 "미래 투자"라 하고, 전국 16개 시·도교육감은 "공교육 붕괴"라 맞선다. 대전·충남·세종 교육 현장에 미칠 파장을 짚는다.
2026년 8월 21일, 교육부와 기획예산처는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공식 발표했다. 1971년 도입 이후 55년간 유지된 '내국세 연동' 방식이 폐지되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식으로 전환된다.
정부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계속 늘어나는 현행 구조를 "비효율"로 본다. 반면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생 수가 줄어도 학교 수·교직원 인건비·시설 유지비 등 기본 재정 수요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늘어난다"며 "학생 1인당 교부금만 늘어난다고 교육 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6년 43.2조원에서 2026년(추경 기준) 76.4조원으로 10년간 76.9% 증가했다. 그러나 내국세 연동 비율 자체도 20.27%→20.46%→20.79%로 세 차례 인상된 결과다. 한편 한국의 고등교육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 내국세 연동 비율: 2016~18년 20.27% / 2019년 20.46% / 2020~26년 20.79% / 출처: 교육부·연합뉴스
정부 추산에 따르면 기존 내국세 연동 방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27년 교부금은 100조원 내외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개편된 산식을 적용하면 78.9조원 수준으로, 약 21조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액이 바로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으로 활용하려는 재원이다.
한국은 초·중등교육비는 OECD 평균의 1.67배지만, 고등교육비는 OECD 평균의 69% 수준에 그친다 — 정부가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개편 명분으로 내세우는 근거다.
정부는 내국세 연동 폐지로 절감되는 재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해 총괄계정과 교육·인재계정으로 나눠 운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계는 "법률에 따라 자동 교부되는 재원과 정부가 관리하는 기금은 성격이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을 직접 운용하고 교육현장을 책임지는 시·도교육감의 실질적인 참여와 협의 없이 정부 부처 간 논의만으로 개편안을 마련한 것은 교육자치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기준금액 75조 7,000억원과 3년 평균 경상성장률·학령인구변화율 등 새로운 산식의 구성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전국 16개 시·도교육감, 2026.08~09 연이은 성명)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전국 시·도교육청 예산의 핵심 재원이다. 대전·충남·세종 3개 교육청 모두 최근 3년간 인건비·시설 개선 중심으로 예산이 꾸준히 늘었지만, 개편으로 증가세가 꺾일 경우 직격탄을 맞는 항목들이다.

※ 2024·2025년 최종예산, 2026년 1회 추경 기준 / 세종은 3개 교육청 중 증가율 최고, 충남은 최저
2024년 대비 2026년 대전교육청 예산 증가액 2,476억원 가운데 학교시설여건개선(+1,129억)과 인건비(+997억)가 전체 증가분의 85.8%를 차지한다. 교육복지(+246억), 학교재정지원관리(+65억), 교수학습활동지원(+34억), 보건급식(+5억)은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작다. 교부금 증가세가 꺾이면 시설 개선·인건비 부담이 가장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충남교육청은 2024년 4조 7,308억원에서 2025년 4조 6,384억원으로 924억원(▼2%) 감소했다가, 2026년 1회 추경에서 4조 7,698억원으로 반등했다. 학교재정지원관리(▼692억)·교수학습활동지원(▼795억)·시설여건개선(▼878억)이 2025년 일제히 줄었던 전례가 있어, 향후 교부금 산식 개편이 충남 교육 현장에 미칠 충격이 우려된다.


2026년 8월 발표 이후 정부와 교육계는 한 달 넘게 정면충돌 중이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국회 앞 긴급 기자회견과 회의 보이콧까지 벌였고, 교원 3단체와 360여 개 시민단체는 '2026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대응 긴급행동'을 결성했다.
학생 1명당 교부금 전망만으로 충분한 교육 지원을 담보하기 어렵다. 소규모 학교 등에 재정 부담이 전가돼 교육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산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 국회입법조사처 「'학생 1인당 교부금'만 늘면, 교육현안 해결할 수 있나?」 보고서 (2026.09)지방교육재정을 직접 운용하는 시·도교육감과 제대로 된 협의 없이 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단순한 전체 교부금 규모나 증감액뿐 아니라, 교원·교육공무직 인건비·기초학력·특수교육·농산어촌 소규모학교 지원 등 주요 교육사업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2026.09.02 성명)교부금 개편은 국가재정과 미래 세대 투자라는 큰 그림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과 지역 교육 현장에 대한 충격 완화 없이는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내국세 20.79% 연동이라는 반세기의 원칙이 흔들리는 지금, 중요한 것은 숫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결정이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투명하게 공유하고 합의하는 과정이다. 대전·충남·세종의 교실은 그 결과를 고스란히 받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