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 대전의 전력자립도는 단 3%로 전국 최하위.
AI·반도체 시대, 전기 수요는 2040년까지 54% 폭증하지만 97%를 외지에서 끌어온다.
산업통상자원부 '2024 지역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대전의 전력 소비량은 총 9,922GWh인데 반해 발전량은 304GWh에 불과하다. 전력자립도 3.06%로 전국 17개 시·도 최하위다.
※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 지역에너지통계연보'
대전은 전기 사용량의 97%를 타 지역 발전소에서 끌어오고 있다. 과학도시, AI 도시를 표방하는 대전이 정작 전기는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구조다.
비슷한 인구 규모의 광주(99.1%)와 비교해도 32배 가까운 격차다.
대전 제7차 지역에너지계획(아주대 산학협력단, 2026년 1월 확정 고시)에 따르면 대전 전력 수요량은 2025년 1,017만㎿/h에서 2040년 1,566만㎿/h로 54%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교촌 나노·반도체 국가산단 등 22개 산단 조성이 맞물려 산업용 전력은 2.9배 급증한다.
※ 출처: 대전 제7차 지역에너지계획 / 단위: 만 MWh
교촌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교촌산단)를 포함한 22개 산단이 2035년까지 대전에 조성된다. 반도체·AI 기업은 막대한 전기를 소비한다. 전력자립 없이는 기업 유치도, 미래 성장도 불가능한 구조다.
대전시는 연료전지 설치, 대전열병합발전소 현대화, LNG·수소 혼소 대형 발전소 건설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2037년 전력자립도 108%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총 투자 규모만 약 2조 9,000억원에 달한다.
2024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시행됐다. 전기판매사업자가 지역별 전기요금을 책정할 때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해 차등을 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전기 97%를 외부에서 끌어오는 대전 입장에선 '전력세'나 다름없다.
과거에는 어느 지역이나 동일한 전기요금을 적용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에 따른 송배전 비용을 반영해 지역별로 다른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전기 대부분을 서해안 화력발전소에서 장거리 송전으로 공급받는 대전은 요금 인상 압박에 직접 노출된다.
대전시가 전력자립도 100% 달성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분산에너지법이다. 전력 자립은 이제 미래 전략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AI·반도체 기업이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는 시대, 비싼 전기요금은 기업 유치의 치명적 약점이 된다.
대형 발전소 건설은 통상 10년이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다. 주민 반대, 탄소중립 논쟁, 냉각수 문제, 산단 전력 수요 과소 추계 등 과제가 산적하다.
대전시의 전력자립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축 건물에 일정 수준의 자체 전력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대전 유류부지 등에 발전소나 공공기관을 조성할 때 일부 경제적 부담이나 공간 제공을 의무화하는 정책이 마련된다면 자립도 향상에 힘이 실릴 것이다.
LNG를 개질해 수소를 전환시켜 사용한다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활용·저장(CCUS)하는 인프라가 발전소와 함께 구축돼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2기에 맞먹는 규모인 만큼 냉각수 문제와 주민 갈등 해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전국 최하위 전력자립도 3%, 15년 후 54% 폭증하는 전기 수요, 분산에너지법이 가져온 요금 차등화의 압박. 대전의 미래는 전력 자립을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