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심층기획 · 연구현장 위기 · 2026

연구가
멈추고 있다

연구자 106명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주 40~50시간 이상 일하지만 순수 연구시간은 절반도 안 된다. 성과 압박·행정 부담·연구비 불안이 대한민국 R&D 현장을 잠식하고 있다.

0
번아웃 경험
('가끔' 이상 응답)
0
주 40시간 이상
근무 비율
0
스트레스 1위
성과 압박 응답률
0
순수연구 비중
70% 이상 비율
01
연구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총 응답자 106명)

일하는 시간은 길고
연구하는 시간은 짧다

충청투데이가 국내 연구자 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환경 설문조사 결과, 주당 40~50시간 근무자가 53.8%로 가장 많았지만, 업무 시간 중 순수 연구 비중이 70% 이상이라고 답한 연구자는 17%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시간이 행정·보고·회의·과제 수주 대응으로 낭비되고 있다.

// 주당 평균 근무시간
53.8%
40~50h
40~50시간 (57명)
53.8%
50~60시간 (23명)
21.7%
40시간 이하 (8명)
7.5%
60~70시간 / 70h+ (18명)
17.0%
// 업무 시간 중 순수 연구 비중
34%
30~50% 최다
30~50% (36명)
34.0%
50~70% (31명)
29.2%
30% 미만 (21명)
19.8%
70% 이상 (18명)
17.0%

연구자 5명 중 1명, 순수 연구 비중 30% 미만

연구자 19.8%가 자신의 업무 시간 중 순수 연구에 할애하는 시간이 30%에도 못 미친다고 답했다. 과제 수주·보고·행정 처리·회의 등 비연구 업무가 연구시간을 잠식하고 있는 현실이다. 연구비 확보와 과제 평가 대응에 시달리다 정작 연구를 못 하는 구조적 역설이다.

02
가장 큰 업무 부담 · 스트레스 원인

성과 압박 61.3%,
연구비 확보 49.1%

가장 큰 업무 부담 요인으로는 '과제 수주 및 평가 대응'(58.5%)이 1위를 차지했고, 스트레스 원인으로는 '성과 압박'(61.3%)이 압도적이었다. 연구비 확보 압박(49.1%), 과도한 업무량(30.2%), 행정 부담(28.3%)이 뒤를 이었다.

// 가장 큰 업무 부담 요인 (복수선택, n=106)
과제 수주·평가
62명 · 58.5%
58.5%
연구비 확보 압박
53명 · 50.0%
50.0%
행정·보고 업무
47명 · 44.3%
44.3%
조직·회의 업무
31명 · 29.2%
29.2%
과도한 업무량
21명 · 19.8%
19.8%
// 스트레스 주요 원인 (복수선택, n=106)
성과 압박
65명 · 61.3%
61.3%
연구비 확보 압박
52명 · 49.1%
49.1%
과도한 업무량
32명 · 30.2%
30.2%
행정 부담
30명 · 28.3%
28.3%
고용 불안정
22명 · 20.8%
20.8%

연구비 확보 압박과 과제 수주 경쟁이 심화되면서 연구자들이 본래 해야 할 탐구적·창의적 연구보다 단기 성과 창출과 행정 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혁신적 연구성과 창출을 방해하는 구조적 문제다.

—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성명서 (2026.01)
03
번아웃 경험 실태

연구자 10명 중 9명,
최근 1년 번아웃 경험

최근 1년간 번아웃 경험 빈도를 묻는 질문에서 '가끔'이라고 답한 연구자가 48.1%(51명)로 가장 많았고, '주 1~2회'(29.2%), '거의 매일'(14.2%)이 뒤를 이었다.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5%에 불과했다.

🔥
91.5%
최근 1년 내 번아웃 경험 연구자 비율. '거의 없음' 응답은 단 8.5%(9명)에 불과하다.
53.8%
주당 40~50시간 근무. 60시간 이상은 17%에 달한다. OECD 평균 연간 근로시간보다 훨씬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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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순수 연구 비중 70% 이상 연구자. 즉 83%의 연구자는 업무의 절반 이상을 비연구 업무에 쓴다.
거의 매일
14.2%
15명 · 일상이 된 번아웃
주 1~2회
29.2%
31명 · 매주 반복
가끔
48.1%
51명 · 최다 응답
거의 없음
8.5%
9명 · 번아웃 없다
연구자의 91.5%가 번아웃을 경험한다
이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실패

과제 수주 경쟁으로 연구자들을 내몰고, 1~2년 단위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관료들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시스템 속에서 혁신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성명서 (2026.01.21)
04
PBS 폐지 — 30년 숙원, 그러나 혼돈

PBS 없애도
현장 문제는 그대로

이재명 정부는 2025년 7월 30년간 출연연을 옥죄어 온 PBS(연구과제중심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경제·인문사회 출연연 24곳은 2026년부터 전면 폐지, 과기계 출연연 23곳은 5년 내 임무중심형으로 전환한다. 그러나 후속 제도인 '전략연구사업'이 준비 없이 시행되면서 현장은 다시 혼돈에 빠졌다.

PBS 30년의 문제
과제 수주 경쟁 시스템
▪ 인건비 최대 50%+를 외부 과제로 충당
▪ 개인 간 과제 경쟁 — 협업 파괴
▪ 단기 성과 집착 — 창의연구 불가
▪ 행정·보고 업무 폭증
▪ 출연연 22곳 중 15곳 출연금 50% 미달
PBS 폐지 후속 — 전략연구사업
임무중심형 전환 시도
▪ 연간 약 5천억원 출연금으로 전환
▪ NST 전략연구지원단 2026.2 신설
▪ 기관별 임무 재설정 진행 중
▪ 단, 규정·가이드라인 현장 적용 지연
▪ "창의연구 아닌 상용화 중심" 비판

출연연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PBS 폐지라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자 자율성 확대, 기관 거버넌스 민주화, 장기 연구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 (2026.01)

충청투데이 설문: 제도 변화에도 현장 불안 여전

PBS 폐지 이후에도 설문 결과 연구자들의 성과 압박(61.3%), 연구비 확보 불안(49.1%), 고용 불안정(20.8%) 스트레스는 여전히 높다. 제도를 바꾸더라도 연구자가 실제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05
전문가 제언 · 개선 방향

연구자가 연구만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함께 연구 현장의 문화·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번아웃과 혁신 부재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연구자 자율성 확대, 행정 분리, 장기 안정 지원이 핵심이다.

01
연구행정 전담 인력 분리
과제 기획·보고·회계·행정은 전담 행정인력이 처리하도록 구조를 분리해야 한다. 연구자가 행정 처리에 쓰는 시간을 순수 연구에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즉시 가능
02
장기·대형 연구과제 확대
1~2년짜리 단기 소액 과제를 줄이고, 5년 이상 중장기·대형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실패를 용납하는 도전적 연구 문화 없이 혁신은 불가능하다.
제도 개혁
03
성과 평가 방식 다양화
논문·특허 수 같은 단기 정량 지표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적 파급력, 기초연구 기여도 등 질적 평가가 병행돼야 한다. 성과 압박 61.3%의 핵심 원인 해소.
평가 혁신
04
고용 안정성 보장 강화
비정규 연구직의 고용 불안정(스트레스 요인 20.8%)을 해소하기 위한 정규직 전환·안정적 고용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우수 인재 이탈 방지의 핵심 과제다.
처우 개선
05
PBS 후속 전략연구사업 보완
전략연구사업 규정·가이드라인을 현장에 맞게 신속히 정비하고, 창의·기초 연구에도 지원이 돌아가도록 사업 구조를 보완해야 한다. 상용화 편향 우려 불식이 시급하다.
제도 보완
06
연구자 중심 거버넌스 전환
과제 기획·선정을 기관장·보직자가 독점하는 구조를 바꿔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연구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필요하다.
거버넌스

연구자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과제 수주가 아니라 집중해서 연구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다. 제도가 바뀌어도 연구자가 행정·회의·보고에 치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으면 혁신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 출연연 연구자 인터뷰 (익명, 충청투데이 취재)

R&D 예산 35조, 정작 연구는 못 한다

정부는 2026년 R&D 예산으로 역대 최대인 35조 3,000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연구자 91.5%가 번아웃을 경험하고, 순수 연구 시간은 절반도 안 된다.
예산만 늘린다고 혁신이 오지 않는다.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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