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만 명을 불러 모은 대전 0시 축제, 전국을 매혹한 빵축제.
그러나 시민들은 말한다 — "지역 정체성·향토성이 아직 부족하다."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대전만의 축제가 필요한 이유다
충청투데이가 대전 시민 149명을 대상으로 대전 축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20~40대가 전체의 64.4%를 차지해 축제의 주요 소비층인 청·중년 세대의 목소리가 고르게 반영됐다.
※ 출처: 충청투데이 자체 조사 / 전체 응답자 149명 기준
대전 빵축제는 성심당으로 시작된 빵 도시 대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담은 축제로 시민 34.9%가 선택했다.
축제 참여 경험자 92명을 대상으로 어느 축제에 참여했는지 물었더니(복수 응답) 대전 0시 축제가 77.2%로 압도적 1위였다. 대전 빵축제(50%), 유성온천문화축제(38%), 대청호 벚꽃축제(34.8%)가 뒤를 이었다.
※ 참여 경험자 92명 기준 / 복수 응답 / 출처: 충청투데이 자체 조사
2025년 대전 0시 축제(8월 8~16일, 9일간)에 216만명이 방문하며 2년 연속 국내 최단기간 최대 방문객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2026년 6·3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 후보들의 첨예한 공방이 벌어지면서 '축제의 정치화' 우려가 본격 제기되고 있다.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는 확대를 주장하고, 허태정 민주당 후보는 '정체성 불분명'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주장했다.
대전을 대표할 축제로 가장 적합한 것을 묻는 질문에서 시민들은 빵축제(34.9%)를 1위로 꼽았다. 대전 0시 축제(20.1%)가 2위, '없다·모름'(23.5%)이 3위를 차지해 명확한 대표 축제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축제는 정치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콘텐츠와 시민이 만드는 것이다. 시장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축제, 그것이 진정한 지역 축제다. 대전의 빵축제처럼 도시의 오리지널리티가 담긴 콘텐츠가 바탕이 돼야 한다.
— 이호영 배재대 관광이벤트학과 교수축제가 보완해야 할 점을 복수 응답으로 물은 결과, '지역 정체성·향토성 부족'(38.9%)이 1위를 차지했다. '콘텐츠의 다양성·차별성 부족'(37.6%)이 바로 뒤를 이어 대전 축제가 지역 색깔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뤘다.
13명(8.7%)은 안전관리·운영 미흡을 보완 과제로 꼽았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축제의 안전 관리 문제가 전국적 화두가 된 가운데, 대전 0시 축제처럼 수백만 명이 모이는 행사의 안전 대응 체계 고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 0시 축제는 참여 경험 1위(77.2%)지만 '대전 대표 축제' 인식에서는 빵축제에 밀렸다. 방문객 수가 곧 정체성은 아니다.
세계적 축제들은 모두 도시 고유의 정체성을 콘텐츠화했다. 매년 지속 가능한 이유는 행정이 아닌 도시 DNA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대전도 과학·빵·0시 등 고유 자산을 어떻게 스토리로 엮느냐가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 축제의 핵심은 '왜 이 도시에서만 이 축제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전은 빵·과학·대전 부르스라는 분명한 자산이 있다. 이를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것이 과제다.
— 지역문화 축제 전문가시민 설문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대전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려면 콘텐츠 정체성 강화, 시민 참여 구조화, 행정 의존 탈피가 핵심이다.
지역 축제는 지역의 정체성과 역사가 담긴 문화 자산이다. 선거 때마다 축제의 존폐가 논의되는 것 자체가 축제가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시민이 스스로 지키고 싶은 축제가 될 때, 진정한 대전의 대표 축제가 탄생할 것이다.
— 축제문화연구소 전문가216만 명이 찾고, 전국에서 가장 핫한 빵 축제가 열리는 도시 대전. 그러나 시민이 말한다. "정체성이 아직 부족하다." 정치에 흔들리지 않는, 대전만의 DNA가 담긴 축제 — 그것이 시민이 원하는 대전의 미래다.